대상 수상: 김현아의 『기소』 단편 부문: 조혜림의 「광신도」 비평 부문: 없음

2025년에 실시된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의 예심은 엘릭시르 편집부가, 본심은 김효선(알라딘 한국소설 담당 MD), 박광규(평론가), 박하루(소설가), 서미애(소설가), 임지호(장르문학 기획자) 다섯 명이 맡았습니다. 대상(장편 부문)의 본심 후보작은 김현아의 『기소』, 서동성의 『내 아내 설향』, 유윤상의 『13인의 세계』, 김대영의 『녹색 라벨의 설계자』였고, 단편 부문의 본심 후보작은 조혜림의 「광신도」, 김아직의 「호명: 망자의 이름을 부르니」, 황수경의 「지역 노인-유학생 교류 시범사업에 관하여」, 윤지혜의 「아무도 모르는」, 김상태의 「심판관」이었습니다.

당선자 두 분께 축하의 인사를 보냅니다. 한편 『기소』는 엘릭시르에서 단독 단행본으로 출간되며, 조혜림의 「광신도」는 2026년 1월 말에 발간되는 《미스테리아》 61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한편 「광신도」를 포함한 본심 후보작 총 다섯 편은 『제9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품집』으로 출간됩니다.

수상작 김현아의 『기소』와 조혜림의 「광신도」에 대한 심사평과, 아쉽게 이번에는 선정되지 못한 작품들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코멘트를 간단히 소개합니다. 심사평 전문은 차후 출간될 해당 단행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상 수상작

김현아의 『기소』

“스타 검사가 처형당한 듯한 시체로 발견되면서 시작합니다. 형사는 이 검사가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할 사람들, 검사의 무리한 기소로 삶이 파괴된 이들을 차례로 만나 그들의 알리바이와 사정을 청취합니다. 수사가 전개될수록 피해자인 시체는 심판받는 자리에 놓이고, 용의자들은 철산부사에게 억울함을 고한 혼령 자매처럼 입을 얻게 됩니다. 형사재판의 무죄 선고율이 과거의 20퍼센트에서 3퍼센트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현실에 있을 법한 사법살인의 피해자를 향한 연민을 품게 하는 사회파 미스터리입니다.” (김효선)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 인물들의 묘사를 시작으로, 전직 검사의 살해와 그 진상을 쫓는 수사관의 묘사가 차분하게 이어지는 소설입니다. 살해된 피해자가 생전에 무리하게 유죄로 몰아넣었던 인물과 그 가족이 겪은 처절한 고통은 제어되지 않는 공권력의 폐해를 뚜렷하게 보여주는데, 그와 비슷한 사례가 현실에서도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더욱 실감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등장인물이 제법 많은데다, 사실상 사건과는 그다지 관련 없는 인물들까지 많은 사연을 상세하게 설명하다보니 다소 산만해지고 진행이 느려지는 편입니다.” (박광규)

“마치 콘크리트 도시 속을 저벅저벅 걸어가는 것 같은 느낌의 형사소설입니다. 소재들은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상투적입니다. 그럼에도 엄청난 흡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중 묘사하는 한국 사회는 가상의 공간이지만 굉장히 단단하게 현실의 한국을 모사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고스란히 문장 하나하나에 설득력을 부여하고요. 소재 또한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조금 상관없는 얘기를 하자면 사회 시스템의 격변을 앞둔 지금 바로 시급히 읽어야 할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하루)

“기획 의도가 그러하다 해도 형사가 사건 현장의 증거를 파헤치기보다는, 피해자인 검사가 기소했던 사건들의 관계자를 만나고 다니는 수사 과정은 무리수가 있습니다. 사건 현장을 추적하면서도 얼마든지 의도했던 방향으로 갈 수 있는데 작가의 의도가 그보다 앞서지 않았나 짐작합니다.” (서미애)

단편 부문 수상작

조혜림의 「광신도」

“사이비 종교 ‘수궁원’의 신자로서 자식과 갈등하는 나르시시스트 엄마와 사이비종교의 피해자라는 희소한 피해자의 위치에서 도망쳐 남녀관계의 희생자라는 보편적인 피해자의 위치에 놓인 딸이 등장합니다. (과연?) 2020년대 인터넷 게시판의 현실감 있는 질 낮은 언어부터 보급형 스마트워치에 기록된 유실된 정보까지, 작가는 기획의도대로 ‘스크랩북의 파편처럼’ 정보를 나열합니다. 마지막 두 장까지, 이야기를 장악한 작가의 의도대로 독자는 이 이야기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린사’뿐일지도요.” (김효선)

“어느 젊은 여성이 살해되기까지의 전후 상황과 인간관계가 편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수사관의 메모, 심문 녹취록 등 다양한 형식의 기록을 통해 시간순으로 전개되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진범이 수사진의 특별한 노력 없이 녹음된 목소리 복원을 통해 밝혀지면서, 사건은 김빠질 정도로 쉽게 해결됩니다. 마지막에서 오컬트 장르에 가까운 반전이 이루어지지만, 설명이 부족해 괴담 같은 분위기로 끝나버리는 탓에 아쉽게 느껴집니다. 단편소설로 끝내기보다는 장편소설로 확장하는 것도 좋은 대안으로 보입니다.” (박광규)

“자연법칙을 비튼 설정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전 이런 방식 또한 특수설정 미스터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글, 수사자료, 녹취와 편지 등을 이용한 전개도 인상적입니다. 조금 평이한 결말로 흐르는가 싶었지만 그래도 믿음을 갖고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려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박하루)

“사이비 종교에 빠진 어머니가 딸을 죽인 과정을 각기 다른 여러 형태의 문서를 통해 구성한 작품입니다. 파편적인 문서를 통해 사건을 구성한 것이 효과적이었나 하는 것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불필요한 댓글 반응들, 작가의 편의가 아니었나 싶은 수사일지 같은 것들이 긴장을 떨어뜨린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서미애)